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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 자기 계발/바이올린 연습일지

비브라토 홈트! 매일하는 연습 루틴

by leahju2014 2025. 3. 4.

바이올린은 정말 신기한 악기다. 피아노는 바이엘을 끝내고, 체르니를 하게 되면, 서서히 수준이 올라가면서 빠르고 긴 곡, 화음이 복잡한 곡들을 섭렵하게 되는데, 내가 피아노 수준이 높아졌다고 다시 바이엘로 돌아가거나, 체르니로 돌아가서 같은 곡을 더 수준 높은 연주 방법으로 연주할 필요는 없다. 그냥 그때그때 그 수준에 맞는 어려운 곡들을 연습하며 실력을 쌓아가면 된다.

하지만 바이올린은 좀 다르다. 3년 정도(꽤 긴 시간) 수련을 쌓고, 스즈키 3권 마지막이나 4권 정도를 들어갈 즈음이면 그제야 "비브라토" (손을 떨어서 음을 내렸다 올리는 기법)라는 걸 연습하게 된다. 비브라토를 배우면 마치 바이올린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 든다. 무슨 말이냐 하면, 스즈키 3권을 배우고는 있지만, 비브라토를 시작하면, 스즈키 1권이나 2권 곡들 중 비브라토를 적용할 수 있을만한 곡들을 가지고 와서 다시 그 곡을 제대로 연습하는 것이다. 아니, 이 곡 완벽하게 잘 쳐서 진도가 넘어갔는데, 비브라토를 넣어보니 또 어려워지네. 와우... 이 곡 처음부터 다시 연습해야 한다고!!!  

 

비브라토의 중요성

 

비브라토를 막 배우기 시작할 때 선생님께 물었다.

"그런데, 비브라토는 언제 넣는 게 좋아요?"

선생님 왈

"넣을 수 있는 곳에는 되도록 다 넣는 게 좋죠."

 

그냥 무조건 다 넣는다는 뜻이다 ㅎㅎ 그러니까 바이올린 연주에 비브라토가 없는 건 있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스즈키 1권을 배울 때는 전혀 비브라토 없이 연주하다가, 3년이 훨씬 지나서야 다시 그 곡을 제대로 연주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오래 걸리고, 힘든 악기가 또 있을까 싶다.

 

수업시간에 농담도 잘 안 하시고, 참하신 우리 선생님

"비브라토는... 뭐라고 할까요... 아.. 참.. 이 표현 말고 적당한 말이 안 떠오르네... 음... 그냥 조져야 해요 ㅋㅋ"

수업 중 너무 웃겨서 넘어질 뻔했다. 어쨌든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와닿았다. 달리  잘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도, 교재도 없고, 무조건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비브라토를 양치기라고 한단다. 양을 많이 치는 사람이 이기는 양치기 ㅎㅎ 그 이후로 나는 사실 홈트하듯 매일 비브라토를 연습중이다.

 

바이올린 트리오 소모임을 함께 하는 동생이 바이올린을 나보다 1년 먼저 배웠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레슨을 중단했다. 그래서 혼자서라도 비브라토를 연습하고 싶어 해서 동생에게 도움이 되고자 내가 선생님께 배우고 있는 방법들을 순서대로 올려본다. 비브라토를 연습 중인 다른 어느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래보면서..

 

기본연습 : 손가락과 손목 움직임, 2번 손가락부터 연습

 

 

날짜를 보니 나는 작년 11월 23일 처음 비브라토를 시작했다. 벌써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비브라토를 시작하면 평소 정확한 음정으로 연주하지 않으면 소리가 완전히 틀어지게 된다는 걸 알게 된다. 결국 다시 제대로 활을 잡아야 하고, 올바른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비브라토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해보면 알겠지만 비브라토는 2번 손가락이 가장 쉽고(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바이올린 줄 중에서는 가운데 두 줄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그래서 처음 연습할 때는 2번 손가락으로 도#과 도를 오가며 각각 두 박자로 연습해 본다. 

관절을 눕혔다 폈다 하되, 손목이 너무 꺾이지 않도록 주의하고, 손가락 관절만 까딱까딱해서는 안되며, 팔이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그리고 악기는 움직이지 않게 잘 고정하고 연습한다. 

 

 

비브라토 연습이 3회 차가 되었을 때, 연습할 악보가 추가되었다. 처음에는 두 박자로 시작한 후, 박자를 점차 쪼개면서 연습한다. 한 번에 전체를 다 하려 하지 말고, 하나씩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좋다. 메트로놈은 60으로 설정해 두고 박자에 맞춰 연습한다. 

처음에는 두 박자씩 올림활, 내림활, 각활로 연습하다가, 나중에는 슬러로 연습하면 된다.

두 박자가 가능해지면, 한 박자로, 그다음은 8분 음표, 그 다음은 16분 음표로 점점 박자를 쪼개며 연습 속도를 높여간다.

마지막 줄은 한 박자 안에 빠르게 여러 번 비브라토를 하고 두 박자를 쉬는 방식으로 반복 연습해 본다. 

 

 

2번 손가락이 조금 자연스럽게 되면, 같은 방법으로 3번 손가락에도 위의 과정을 적용해 본다. 3번 손가락은 레-레 b으로 연습하면 된다. 그 후에는 1번 손가락으로 시-시 b을 연습해 본다.

 

악보연습 : 박자별 적용

 

세 손가락 모두 어느 정도 연주가 가능해지면, 이제는 라줄과 미줄에 연결하여 적용할 수 있는 악보로 연습을 시작한다.

 

 

처음으로 비브라토를 악보에 넣어서 연주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와~ 이게 정말 되나요? 이랬다. ㅎㅎ 처음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연습하다 보면, 이런 짜릿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처음엔 라줄과 미줄을 연습하고, 그다음엔 레줄과 라줄, 마지막으로 솔 줄과 레줄까지 연습해 본다. 아마 가운데 위치한 레줄과 라줄이 조금 더 쉽게 느껴질 것이다. 

 

연습 동영상

 

지금까지 설명한 방법대로 연습하는 짧은 동영상이다. 소리가 완벽하진 않지만, 용기 내서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다.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 모든 과정이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믿는다.

1년 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해 있을 거라 확신한다.

 

실제 곡에 적용하기

 

 

손가락 관절이 이제는 조금 부드러워졌을까?

이 악보는 흐리말리라는 교재에서 나온 것으로, 피아노의 하농과 비슷한 연습이다. 이 악보를 통해 바이올린의 라줄부터 미줄까지 4줄을 오가며 비브라토를 연습해 볼 수 있다. 악보처럼 슬러를 하지 않아도 되고 비브라토는 2박자씩 길게 넣고 한 박자를 쉬어준다. 박자기 60을 맞춰놓고 연습하면 된다. 이 연습을 통해 이제 모든 줄에서 비브라토를 연습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비브라토를 실제 곡에 넣어 연습해 본다!!

 

 

비브라토 첫 번째 곡 : Air from Rinaldo

 

최근에 연습하는 곡을 묻자 "Air from Rinaldo(울게 하소서)"라고 말씀드렸더니, 즉석에서 비브라토 연습할 부분을 알려주셨다.  형광펜으로 표시된 부분만 비브라토를 넣어보라고 하셨다.

 

"지금 바로 비브라토를 넣어보라고요? 그게 가능할까요?"

 

신기하게도 비브라토를 흉내라도 낼 수 있었다. 좋아하는 곡에 비브라토를 적용해서 연습하는 것이야말로 큰 동기부여가 되며, 그 순간은 정말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좋아하는 곡에 넣는 것은 어려우니, 처음에는 4분 음표 이상의 길이에만 적용해 본다. 이 곡이 처음 연습하기에 참 좋은 이유다.

현재 4번 손가락은 비브라토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1번, 2번, 3번 손가락에만 적용해 보면 된다. 이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비브라토를 넣어서 연습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정말 기뻤다. 물론, 아직도 멋지게 연주하려면 갈길이 멀지만 말이다.

 

Air from Rinaldo는 내가 비브라토를 적용해서 연습한 첫 곡이다.

 

비브라토 두 번째 곡 : Chorus from "Judas Maccabaeus

 

연습곡 한곡을 끝내면, 그다음 주에는 새로운 곡으로 비브라토를 연습할 곡을 정해주신다. 이렇게 매주 하나씩 비브라토를 적용할 수 있는 곡들이 늘어난다. 비브라토는 다른 게 없고, 내가 비브라토를 할 수 있는 곡이 한 곡 씩 늘어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모든 곡에 비브라토를 적용할 수 있게 되는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두 번째로 적용한 곡은 스즈키 2권의 첫 번째 곡 "Chorus from "Judas Maccabaeus"였다.

이 곡도 메트로놈 60에 맞춰서 4분 음표 이상에만 적용해 본다. 첫 번째 곡을 잘할 수 있었다면, 이 곡도 무난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형광펜으로 표시된 부분을 중심으로 연습하면 된다.

 

형광펜으로 표시된 부분을 연습해본다.

 

비브라토 세 번째 곡 : Minuet No. 3

 

그다음 주에는 스즈키 1권의 15번 곡인 Minuet No.3을 연습했다.

이 곡은 4분의 3박자라서 조금 더 어려운 느낌이 있을 수 있다. 처음에는 박자기 50으로 시작하고, 점차 60까지 서서히 올려가며 연습한다. 역시 형광펜으로 표시된 부분을 중심으로 연습해 본다.

 

마찬가지로 형광펜 친 부분을 연습한다.

 

비브라토 세 번째 곡 : Minuet in G

 

현재 연습 중인 네 번째 곡은 스즈키 2권의 11번 곡인 "Minuet in G"이다. 이 곡에서는 점 8분 음표에도 비브라토를 적용하는 연습을 하게 되어 조금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 곡을 마스터하면, 4분 음표에 비브라토를 넣는 건 훨씬 쉬워질 것이다.

처음부터 비브라토를 넣어야 하는 곡이기 때문에 연습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곡이다. 형광펜으로 표시된 부분을 연습하면 된다.

 

형광펜 친 부분을 연습한다. 첫 시작부터 비브라토여서 연습이 많이 필요한 곡

 

매일 연습이 정답

 

비브라토의 연습과정을 정리한다고는 했지만, 글로 읽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유튜브에 좋은 선생님들의 강의도 많으니, 영상 자료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내 연습 루틴을 공유하면서 비브라토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올린다. 또한, 이 연습 방법이 마지막 연습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사실, 수업을 받으며 매주 새로운 연습방법이 계속 추가되고 있기에 그때마다 연습과정을 올리기는 어렵다. 지금은 4번 손가락의 비브라토 연습도 시작되었다. 곡에 비브라토를 적용해 연습하는 것뿐만 아니라, 바이올린 연습 전 여전히 처음 배운 모든 루틴을 그대로 하고 있다. 관절을 풀어주고, 똑같은 지루한 연습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그게 실력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매일 연습하면 그것이 습관이 되고, 습관은 실력이 된다.

비브라토는 결국 꾸준함이 답이다. 하루하루 쌓아가면서 성장하는 나를 믿어보자!